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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 골재 채취장’으로 사라질 뻔했던 심학산

1989년 1기 신도시 건설 당시 골재 조달 위해 해체 위기에서 군사적 요충지 보존 결정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의 경계에 위치한 해발 194m의 심학산은 오늘날 한강 하구를 조망하는 지역의 명소이자 시민들의 소중한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이 산이 1980년대 말 자유로 건설 과정에서 영구히 사라질 뻔했던 아찔한 역사가 있었음이 뒤늦게 조명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1기 신도시 프로젝트에 따라 일산신도시와 자유로 건설 계획이 수립되었다. 행주대교에서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약 30km 구간의 자유로 1차 구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양의 골재와 토사가 필요했다.

당시 조성을 주도하던 한국토지개발공사는 공사 현장과 인접해 있어 골재 조달이 용이한 심학산을 허물어 그 흙과 돌을 공사용 자재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실제로 1930년대 한강 제방 공사 당시 인근 야산을 파헤쳐 자재를 조달했던 전례가 있었기에, 심학산의 해체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지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계획은 군 당국의 강력한 제동에 부딪혔다. 군사분계선과 불과 10km 떨어진 한강변에 자리한 심학산은 수도권 방어의 핵심 거점이자 천혜의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군 작전 계통에서는 심학산이 사라질 경우 배후에 건설될 신도시의 안보 방어 체계에 심각한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AD 15년 전 심학산 풍경을 만나는 포토에세이

결국 군 당국의 전략적 판단과 보존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심학산 해체 계획은 전격 철회되었다. 산을 보존하는 대신 필요한 골재는 한강 중립수역 내 퇴적 지형인 ‘사미섬’에서 준설하는 방식으로 대안이 마련되었다. 이 과정에서 1990년 11월,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중립수역에 준설선단이 통과하는 역사적인 기록이 남기도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심학산은 현재 등산로와 둘레길이 잘 정비된 녹지공원으로 보존되어 있다. 정상 전망대에서는 북한산과 한강 하구는 물론 북녘땅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만약 당시에 산이 허물어졌다면 잃었을 지역의 소중한 자연 자산과 안보적 가치를 동시에 증명하고 있다.

*출처 : 고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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