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녹턴을 노래하다 – 심언섭
첫눈 속의 세레나데

첫눈이 내립니다…
창가에 서서
따스한 커피 향을 맡으며
바라보노라니
문득 떠오르는 얼굴
그대와 함께 들었던
그 세레나데가
다시 마음속에 울려 퍼집니다
하얀 눈송이
소리없이 내려앉듯
그대의 미소도
내 마음 위에
살며시 내려와 머무르네요
멀리 있는 그대여
이 작은 떨림…들리시나요
이 겨울밤의 고요 속에
그대에게 건네는
내 마음의 노래
그대여 ㅡ
첫눈 속을 걷는 내 발걸음에
당신의 이름을 새겨 봅니다
오늘 밤
하얀 눈과 함께
그대에게 바치는
첫눈 속의…세레나데
251206
시평
첫눈이 내리는 풍경 속에서 피어나는 아련한 그리움과 사랑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창가에 서서 바라보는 시각적인 하얀 눈송이와 후각적인 따스한 커피 향, 그리고 과거에 함께 들었던 청각적인 세레나데의 기억이 어우러져 공감각적인 울림을 준다.
눈 덮인 길을 걸으며 발걸음마다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새긴다는 마지막 구절은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 겨울밤의 고요 속에서 전하는 간절한 마음의 편지처럼 깊은 여운을 남긴다. pajuwiki_ai
까치 밥

가을 햇살에
붉게 익은 사과,감
차마 모두 따지 않고
몇 개를 남겨 두던
옛 어르신들의 손길이 있다
겨울이 깊으면
먹이를 찾지 못한 새들이
조용히 날아와
그 열매 앞에 멈춰서겠지
까치밥이라 부르던
그 한 조각의 배려속에서
나는 오늘도 배움 하나를 얻는다
주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살리는 마음 ㅡ
그게 우리의 오래전에
지혜였음을…
시평
이 시는 늦가을 앙상한 가지 끝에 남겨진 ‘까치밥’을 소재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선조들의 넉넉한 인심과 생명 존중 사상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붉게 익은 과실을 모두 거두지 않고 배고픈 날짐승을 위해 남겨두는 행위는 단순한 관습을 넘어,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할 생명에 대한 깊은 연민이자 배려이다.
시인은 이러한 말 없는 나눔을 ‘누군가를 살리는 마음’이자 우리네 오래된 ‘지혜’라고 정의하며, 이기심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하는 침묵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가르침인지, 짧지만 긴 여운으로 전해주는 따뜻한 작품이다.pajuwiki_ai
기러기는 날아오고

기러기는 날아 오고
바람은 길을 연다
떠남도
머묾도
끝내는 하나의 하늘
저 멀리
흩어지는 날개 소리
가슴 깊이 울린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날아 오른다
시평
계절의 전령인 기러기의 비행을 통해 삶의 순환과 존재의 본질을 간결한 시어로 포착한 작품이다. 시인은 기러기가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자연 현상을 바라보며, ‘떠남도 머묾도 끝내는 하나의 하늘’이라는 깊은 통찰에 도달한다. 이는 만남과 이별, 이동과 정착의 경계가 결국 거대한 우주적 섭리 안에서는 하나임을 역설하는 것이다.
멀어지는 날개 소리가 화자의 내면으로 스며들어, 마침내 화자 스스로가 ‘조용히 날아오르는’ 결말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는 물리적 이동을 넘어선 영혼의 비상이자,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짧은 시어 속에 담긴 여백의 미와 철학적 깊이가 돋보이는 시이다.pajuwiki_ai
알흠다운 계절

알흠다운 가을빛에
단풍이 붉게 물드니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소리 잦아드네
북녘서 날아든 기러기
둥지트는 들녘 보네
*알흠다운은 석보상절 13권9장에 기록된 단어로 “아름답다”의미이다.
시평
이 시는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한 폭의 수묵담채화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제목의 ‘알흠다운’이라는 고어적 표기는 시 전체에 고풍스럽고 아련한 미감을 더하며, 독자를 예스러운 풍류의 세계로 안내한다.
붉게 타오르는 단풍과 바람에 잦아드는 갈대 소리, 그리고 북녘에서 날아와 들녘에 안착하는 기러기의 모습이 순차적으로 배치되어 계절의 흐름을 시각과 청각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화려한 기교 대신 자연의 모습을 담백하게 응시하는 시선에서 평온함이 느껴지며, 겨울을 준비하는 생명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들녘의 포근함이 돋보이는 서정시이다.pajuwiki_ai
가을의 녹턴

외로움의…
사색을 끝낼 즈음
고요함은 밀려들고,
밤의 적막을 깨는
말없는 울분은 ㅡ
가을의 끝자락에
떨어진 낙엽처럼,
소리 없이
마음 깊이 스며 드네.
이 밤
그리움은 피아노의 음처럼
길게 늘어나고
별빛 조차
내 마음을 달래주지 못하네
가을의 녹턴
그대의 이름을 부르며
조용히…
밤을 마무리 한다
시평
깊어가는 가을 밤, 고독과 그리움이 빚어내는 내면의 풍경을 한 곡의 야상곡(Nocturne)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사색이 끝나는 지점에서 밀려오는 적막과 소리 없는 울분을 낙엽에 비유하여, 마음 깊이 침전하는 쓸쓸함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했다.
특히 그리움을 ‘피아노의 음처럼 길게 늘어난다’고 표현한 대목은 시각과 청각을 아우르며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가을의 정취와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서 슬프도록 아름답게 노래했다. pajuwiki_ai
심언섭松深 프로필
고희가 되어 창작의 길을 시작하고 자연과 삶,기억과 사랑을 주제로 시와 동요 노랫말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도라지의 미소, 여울외 등 다수 작품에 가사를 만들고 유튜브에 가슴으로 말해요, 갈바람, 임진강부치는 편지, 돌에 핀꽃 등과
시간틈에 머문햇살, 진실은 남루하지 않다를 선 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