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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와 환자의 존엄성-최재학


어느 날 질병의 신이 그에게 찾아왔다. “당신은 질병에 걸릴 것이다. 설명을 듣고, 암이나 치매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다른 선택은 없다.” 그리고 “당신이 선택하는 순간 그 질병에 걸릴 것이다.”라고 하였다. “잠시 시간을 주십시오. 생각을 정리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직도 선택하지 않았다. 당신이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깔끔하게 떠나기

최재학 파주작가

오래 사는 것이 걱정인 세상이다. 늙고 병들고 죽는데 예외가 없다. 늙고 병들면 병원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여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거나, 고통이 있는 환자의 아픔을 완화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연명치료가 끝없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환자는 먹고, 숨 쉬고, 배설하는 행위조차 쉽지 않다. 우리는 연명치료를 통하여 힘들게 오래 살아야 하는 그러한 삶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이 오래 살게 만들어 놨다. 이때를 대비하여서 할 일이 있다. 미리미리 건강하게 살다 깔끔하게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연명치료에 대항할 수 있는 카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이다. 이 등록증 소지자는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고, 호스피스 의료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몇 가지 질병에만 제한되어 있다.

치매나 뇌졸중 등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 콧줄을 통한 경관식이나 연명치료가 환자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 말기 치매 환자에 대한 윤리적 문제이다. 환자의 의사(意思)와 관계없이 콧줄을 통한 인공영양 공급과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없는 현행의료법과 회복할 수 없는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 지켜야 하는 결정이 필요할 때이다.

말기 환자 돌봄을 중단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이다. 이 법에서는 제한된 질병에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와 그 가족이 원하면 콧줄을 통한 영양식 공급 중단하고, 치매 환자도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해야 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때이다.

병도 골라 걸려야 되는 세상

왜 병도 골라 걸려야 하는 세상이 되었나.

연명의료결정법에 “호스피스 시설은 말기 환자와 그 가족을 돌보는 데 전념하는 의료기관이다.” 또한 “호스피스 시설은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고, 환자가 가족과 함께 편안하고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받을 수 있는 대상 질환은 암, 후천성 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만성 간경화, 만성 호흡부전으로 제한되어 있다.” 누구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치매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치매는 ‘의료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의료진도 임의로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 치매는 발병 후 평균 707일 생존한다.1) 그동안 끝없이 연명치료를 받아야 하며, 치료받는다고 완치된다는 보장도 없다. 아직 그런 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사람이 어떻게 병을 골라서 걸리나, 재수 없으면 걸리는 것이지. 별 뭣 같은 소리 하고 있다. 법이 그러면 법을 고쳐야지. 안락사가 있는 나라도 있는데, 그곳에서는 “자기가 죽고 싶으면 죽을 수 있다며.”

“우리는 왜 안 돼? 90%가 넘는 사람들이 호스피스가 필요하다고 하잖아. 우리나라도 존엄사라고 하기에는 안락사하고 헷갈릴까 봐,” 연명의료결정법을 만들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뭐, 깔끔하게 죽을 수 있다.

이거잖아.” “이렇게 다른 나라들보다 멋지게 법을 만들어 놓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 “눈치 보지 말고, 화끈하게 ‘의사는 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하면, 환자의 의사(意思)를 존중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딱 한 줄만 의료법에 삽입하자.” 그리고 사람의 생명을 어떻게 법이 마음대로 하는가. 하늘이 내려준 생명은 자연스럽게 하늘이 거두어 가게 하라.

우리나라에 안락사 제도는 없다. 그러나 이른바 존엄사라고 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제도이다. 호스피스 의료서비스는 제한된 질병과 제한된 상황에서 환자의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받아들이고 연명치료를 하지 않는다. 그리면 환자는 주어진 수명대로 살다 떠난다. 그러나 아직 모든 환자가 이용할 수는 없고, 제한된 몇 가지 질병에만 호스피스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병원의 필요성

“당신은 임종을 앞두고 어디서 생을 마감하고 싶나요?” “집, 병원, 요양시설, 호스피스병원에서 선택하시오”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호스피스병원을 선택하겠다. 호스피스병원에 가면, 환자를 통증을 줄여주고, 연명치료를 하지 않으며, 내 명대로 살다 가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곳이 내 성격과 딱 맞아서, 나는 이곳을 선택하겠다. 적어도 고통 속에서 천천히 오래 살지는 않는다.

중앙호스피스센터 2022년 ‘국가호스피스 완화의료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호스피스의 필요성’은 조사대상자 2,000명 중 매우 필요 26.8%, 필요 68.1%로 조사되었다. 호스피스병원의 필요성은 조사대상자 2천 명 중에 1,896명 (94.9%)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곳으로 가고 싶다고 모든 것이 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조건이 맞아야 입원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어쩌란 말이냐. 법이 그렇단다. 돈 있고 빽이 있어도 안 된다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죽는 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을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

“누구는 의미 없는 삶을 이어가고, 누구는 주어진 수명대로 살다가는 것은 공평한 사회라 할 수 없다. 나의 의지대로 살게 하라. 따라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연명치료를 중지하라.” 또한 “호스피스 서비스를 요양병원에까지 확대하고 대상 질병을 노인성 질병까지 확대하라. 법이 뭔데 인간의 삶을 그렇게 비참하게 만드는가. 사람을 위한 법을 요구한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다, 깔끔하게 떠나게 하라.”

프로필

  • 율곡고등학교 졸업
  • 원광대학교 산업대학원 보건학석사
  • 원광보건대학 강사
  • 행복한요양병원 근무

저서

  • AI제국주의
  • 폼나게 살다 깔끔하게 가자
  • 강건너 마을에서 나눈 이야기

다음 금요산책 예고 / 2025.11.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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